2024.08.14

Cafe Sinola

커피와 음악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16

서촌의 한적한 거리에 취향이 묻어나는 카페 ‘시노라’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에디 히긴스의 피아노 선율이 LP를 타고 은은하게 흐르며 공간을 가득 채웁니다. 사선으로 뻗은 목재 천장과 세월의 흔적이 스친 빈티지 가구, 그리고 빽빽하게 채워진 오래된 바이닐 컬렉션이 어우러져 마치 현실을 벗어나 소설 속 한 페이지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어지러운 일상의 소음을 잠재우고, 아날로그의 따스함을 머금은 음악과 커피로 마음의 위로를 얻기에 더없이 충분합니다.

'시노라'는 을지로 LP바 '평균율'의 대표가 만든 두 번째 공간으로, 이곳 역시 그의 음악적 취향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월넛 캐비넷이 돋보이는 1960년대 젠슨(Jensen) 스피커에서부터 블루 라이트 블루톤 전면 튜닝창이 특징인 마란츠(Marantz) 튜너 등, 50~70년대의 빈티지 음향 시스템이 그 특별함을 더합니다. 이곳에서는 쿨 재즈, 클래식, 보사노바, 올드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선별된 음악을 선입견 없이 접하고 자연스레 공간에 녹아듭니다. 특히 재즈 전문가 심영보와 함께 제작하는 비정기적 간행물 "GATEWAY TO SINOLA"는 시노라의 음악에 대한 깊이와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시노라'에서의 음향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시대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깊이 있는 사운드입니다.

커피와 디저트 역시 공간과 음악처럼 독창적으로 매력적입니다. 자체 로스터리에서 생산된 원두로 만든 시노라의 시그니처 하우스 블렌드는, 은은한 단맛과 홍차의 향, 고소한 피니시가 돋보이는 'B 플랫'과 허브와 풀 향이 레몬껍질과 어우러져 산미가 도드라지는 '나이트 블룸'이라는 두 가지 시그니처 하우스 블렌드가 있습니다.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만으로도 음악과 공간이 자아내는 아늑한 분위기가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시그니처 디저트 메뉴인 프렌치 토스트는 바삭하면서도 촉촉하고, 달콤하면서도 담백합니다. 이외에도 엔초비 에그마요 샌드위치, 여름 한정 메뉴 초당옥수수 스프 등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디저트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노라는 그저 하나의 카페가 아니라, 음악과 커피, 그리고 여유로움이 깃든 감성적인 공간입니다. 공간에 스며든 세월의 흔적과 아날로그의 따스함이, 차 한 잔을 마시는 순간조차도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이곳에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작은 행복과 감동을 발견하기 위해서입니다. 시노라에서의 커피 한 잔은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을 멈추고, 잊고 있던 여유를 되찾으며, 감미로운 음률과 함께 마음을 채우는 특별한 순간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