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서울 종로구 평창문화로 101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SeMA AA)는 195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공간입니다.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노트, 도록, 인터뷰 등 창작의 맥락을 담은 다양한 자료를 함께 다루며,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한자리에 모읍니다. 북한산 자락,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아틀리에와 작은 갤러리가 공존해온 지역에 자리 잡은 이곳은, 주변의 역사와 결을 간직한 채 기록과 수집의 거점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에 둡니다. 관람자는 작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와 스케치, 기록들을 따라가며, 작품 속에 축적된 시간과 이야기를 차근히 마주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립미술관 김용익 아카이브 컬렉션’이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2021년까지 작가의 전 생애에 걸쳐 수집된 1,000여 건의 자료는 필사 원고, 초기 드로잉, 러프 스케치 등 창작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관람자는 작품 이면의 사유와 작가 개인의 시간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습니다.


건물은 배움동, 나눔동, 모음동의 세 동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배움동과 나눔동은 강연, 프로그램, 카페테리아를 통해 미술과 일상을 잇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가장 큰 규모의 모음동은 아카이브 보존과 연구, 전시를 담당합니다. 모음동 1층의 래퍼런스 라이브러리에는 5만 7천여 건의 한국 미술사 초기 자료와 선별 도서가 소장되어 있으며, 모두 디지털화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전문가에게만 제한되던 정보가 대중에게 개방됨으로써, 미술계 정보의 격차를 완화하고 가치를 확산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는 누군가에게는 자료실이자, 누군가에게는 도서관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쉼터가 됩니다. 도시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사유의 여백을 경험할 수 있는 곳, 예술과 삶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